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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몸

상식과 철학의 지위바꿈, 또는 동서 발상법의 엇물림 - 유초하

by [MAVERICK] 2011.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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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 담론 흥성의 토양
-서양 문화사에서 육체가 문화적 생산물의 본격적 주제로 등장한 것은 근대에 들어와서였다. 이르게는 18세기 중엽 이후의 사실주의 문학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소설에서부터 육체의 문제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육체와 욕망에 대한 담론이 흥성하게 된 데에는 브룩스가 지적한 대로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일상 생활의 역사에 관한 관심이 증대
둘째, 정신분석학이 발달했다.
셋째, 페미니즘 이론이 고양되고 있다.
-육체 담론은 개방과 탈주의 탈현대적 경향의 범역 속에 있다.

* 형이상학의 방기와 상식의 복권
-육체 담론의 첫 번째 공통점 : 그 주제의 성격이나 논점의 줄기와는 어긋날 만큼 또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매우 치밀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펼쳐진다는 것
-라캉, 푸코, 들뢰지와 가타리, 리오타르 등 원산지 논객들이 공통의 기초로 하고 있는 포스트 구조주의적 사유 방식에는 근대 이후의 지적 유산으로만 하더라도 스피노자-라이프니트에서 헤겔-마르크스를 거쳐 니체-프로이트에 이르는 거대한 봉우리들이 참조, 비판, 계승되고 있기 때문
-육체 담론의 두 번째 공통점 : 몸과 욕망의 문제를 기술, 자본, 언어, 지식, 윤리, 지배, 변혁의 다양한 주제들과 다층적, 다방향적으로 얽힌 주제로 다루면서도 육체에 대한 존재론적 해명은 거의 방기하는 듯 보임
-몸철학의 형이상학 극복 : 변화와 다양성의 현실을 넘어 존재하는 위대하고 숭고한 불변적 유일자를 향한 헛된 꿈을 이론적으로 가꾼다든지, 유일자나 정신 실체에 관한 도그마들을 인식의 원천과 한계와 근거에 관한 비판과 반성 없이 그냥 믿어 버린다든지, 서로 구분되는 개별자로 존립하는 시공적 사물들을 그 자체로 긍정하지 않고 그것들을 통합하거나 포괄하는 개념을 통해서만 세계를 해명하고자 한다든지 하는 일들이 그러함
-주의점 : 푸코나 들룆의 논의라면 포이에르바하-마르크스의 유산을 소화하여 '실체로서의 물질'을 축출한 사유의 지평에서 시공 속 개별 존재로서의 육체를 직접 주제로 삼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음
-형이상학의 보루 : 존재의 의미를 밝히고, 사물의 존재론적지위를 살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님

*육체의 긍정 속에 담긴 정신 중심성의 잔여
-육체 문제 다룸의 공통된 관점 : 육체를 '자아'와는 구분되는 '타자'로 상정
-물질로서의 육체를 긍정한다고는 하지만, 나의 몸은 나의 외부 세계에 속한 객관적 존재일 뿐 나의 주체성을 담지하는 것도 아니고 주체성이 거주하는 것도 아님 -> '난'는 의식의 영역안에 존재
-몸은 죽음이라는 철칙고도 같은 조건 위에 잠시 존재하는 것이고, 통제되지 않는 욕망의 덩어리이며, 따라서 주체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없다.
-육체 담론들이 주제로 삼는 것 : 사실상 몸 자체가 아니라 몸의 기능=함수로서의 욕망
-소비와 쾌락의 추구, 억압과 통제로부터의 자유, 권력 기제에의 저항, 무의식적-기계적-코드 이탈적 욕망 등으로 의미지어지는 라캉이나 들뢰즈의 육체는 멀리서 볼 때 '물질'로서의 육체라기보다는 저번에 위치하는 '의식'의 작용 주체로 해석될 수 있음
-몸을 마음에 못지않게 존재한다고 긍정한 대표적 초기 이론가는 철학사 교과서들로 본다면 데카르트임. 그는 물질을 정신과 똑같은 자격을 지닌 실체로 상정 -> 물질의 존재론적 지위를 공고히 함
-그는 정신을 (신을 제외하면) 인간에게만 있는 것으로보고, 인간의 자아를 사유하는 이성(엄밀히는 사유 자체)으로 봄으로써 육체를 철저히 물질화, 객관화했다.
-주류 유럽 철학적 잔여의 핵심 두가지
첫째, 인식 주관의 존재는 자명한 것으로 상정하면서 인식 대상의 존재에 대해서는 직접 긍정하지 않거나 유보하는 태도
둘째, 인식 주관에 의해 확인될 수 없는 대상은 되지 않는 존재로서도 긍정될 수 없다는 발상

*몸-마음에 관한 인간 사고의 이분법적 습관
-세계-언어-의식-논리의 상응 관계는 두 가지 수준에서 드러난다. 기초 단위의 수준에서는 사물-단어-관념-개념이 상응하며, 구조의 수준에서는 사실-문장-판단-명제가 조응함
-의미상-형식상의 구분에서 실질적-내용적 구분을 이끌어내는 방식의 사유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의 하나가 근대 철학의 선두주자로 인정되는 데카르트이다.
-데카르트는 몸과 마음이 서로 구별되는 두 가지 실체임을 입증하기 위해 물체의 무한 분할 가능성과 소멸 가능성과 피동성에 정신의 분할 불가능성과 불멸성과 능동성을 대비한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의미상 서로 명백히 구분되는 개념들을 통해 파악되므로 서로 독립된 두 실체라는 것이다.

* 심신 미분적/심신 통합적 사고의 범생명주의
-데카르트 식으로 말하자면 마음이란 만물 가운데 인간에게만 있는 물건
-짐승들이 지닌 의식이란 인과율에 지배되는 기계 영혼의 작용일 뿐이다. 인간 아닌 동물 일반의 영혼은 정확히 말해 영혼이 아니라 생명력이다. 
-사물과 그 성질을 존재론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이 아낙사고라스 철학의 핵심
-아리스토텔레서의 경우, 영혼이란 몸의 기능이며, 몸 운동의 원천이고, 생명체의 영양 섭취와 성장, 쇠퇴를 이끄는 힘. 그는 마음이 몸의 토대를 벗어나서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음
-브루노에게 있어 형상과 질료, 신과 자연, 정신과 물질은 유일한 무한 실체의 두 측명임.
-스피노자는 브루노의 노선을 받아들여 신과 자연을 하나의 실체로 보았고, 따라서 중세 동안 내내 몸벗은 상태로 있던 신에게 몸을 입혀 주었으며, 물질=몸의 지위를 다시 정신=마음과 대등한 '신의 속성'의 자리로 끌어올렸다.
-라이프니츠는 브루노의 모나드 개념을 받아들이되 데카르트적 물질=몸의 속성인 연장을 부정하고 사유 실체로 상정했으나, 감각과 통각=사유를 모나드가 자신의 본성을 발현하는 두 가지의 주된 활동으로 보았다.

*통합적 존재관의 두 범형 : 유물 변증법과 동북아 철학
-몸과 마음의 분리를 더욱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흐름으로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유물론 계열일 것.
-'유물론'이란 문자적 해석에 따르자면 '물질만을 긍정하고 정신을 부정하는 관점이나 이설들'을 가리킴
-유물론의 핵심은 무엇보다 먼저 '존재의 통일' 및 '존재와 운동의 통일'에 있었으며, 다음으로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분석과 해명을 원천적-총체적으로 거부하는 데 있었다는 사실

*몸을 편드는 관점들의 탈현대적 의의
-감성 억제의 중세적 문화를 탈출한 이후, 다시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무장한 마음의 전횡으로 구박받아 온 근현대의 몸이 욕망의 덩어리로서 당당하게 재등장하게 되는 최근의 현상은 불평등의 해소로서의 재균형화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되어야 함직함
-개인의 존재가 추상이며, 관계의 총체 또는 사회성이 실재라는 진실에, 적어도 이웃과 함께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진실에 시대 정신이 접근하도록 부추기고, 감성의 세계가 적어도 지성의 세계보다는 깊고 더 무겁다는 진실에 눈뜨게 하는 데에-몸을 위한 변호의 철학적 관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의미가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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