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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τραῦμα, trauma, 트라우마)의 정의, 개념, 유래 살펴보고 외상적 사건과 비교하기

by [MAVERICK]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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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외상(trauma)"이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외상(trauma)"은 의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외부의 물리적 힘이나 사고로 인해 신체 조직이 손상된 상태(예: 골절, 뇌출혈, 열상, 장기 손상 등)로 볼 수 있고, 심리적 측면에서 보자면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협적 사건을 경험한 후, 개인의 내면에 지속적으로 남아 정서, 사고, 행동, 생리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예: 공황, 플래시백, 해리, 과각성 등)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외상(trauma)" 전반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상"의 사전적 정의

"외상"을 한자어로 살펴보면, "외상(外傷)"으로 外(바깥 외)+傷(상처 상)입니다. 말 그대로 외부로부터 입은 상처, 부상을 의미하죠. 따라서 외상은 원래 신체적인 상처, 즉 물리적인 부상을 의미했습니다. 타박상, 골절 같은 것들 말이지요.
"외상"을 영어로 살펴본다면 고대 그리스어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요, 고대 그리스어 τραῦμα (영어로 trauma) 역시 물리적인 상처를 뜻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의학적 맥락에서 "trauma"가 곧 "injury"를 뜻하며 물리적인 상처를 나타내는데요, (중증) 외상 센터를 (severe) trauma center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래 예시가 이를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예: “He had a blunt force trauma to the chest.”
→ 그는 가슴에 둔기 외상을 입었다.
 
하지만 심리학, 상담, 정신의학에서는 "정신적 외상"까지 trauma라고 합니다.
예: “She is healing from childhood trauma.”
→ 그녀는 유년기 트라우마에서 치유 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trauma"가 단순히 물리적인 상처에서 정신적인 상처까지 의미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정신적 외상"을 가리키는 낱말의 변천사

우리가 지금 "트라우마(trauma)"라고 부르는 정신적 외상이 "trauma"라는 단어로 표현되기 전에는 무엇으로 불렸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고대와 중세에는 "영혼의 병” 또는 “광기(madness)”로 불렸습니다. 그리스 시대에는 몸과 마음을 나누지 않고 기질의 불균형(예: 담즙, 혈액 등)으로 설명했는데요, 개인의 내면보다는 종교적, 도덕적 차원에서 다루어졌다고 합니다.
18~19세기에는 "히스테리(Hysteria)", "신경쇠약(Neurasthenia)"으로 불렸습니다. 이 시기부터 여성들의 감정적 폭발이나 해리 증상을 “히스테리”라고 불렀습니다. 남성들 사이에선 산업화·전쟁으로 인한 과로, 긴장, 불면 등을 “신경쇠약(Neurasthenia)”이라 불렀고, 정신적 스트레스의 전조로 여겨졌다고 하지요.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쉘 쇼크(Shell shock)", "전쟁신경증(War neurosis)"으로 불렸습니다. 1차 세계대전 후, 전선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공포, 해리, 발작 등을 보였는데, 눈에 띄는 외상이 없어 당혹스러운 증상으로 여겨졌습니다. 처음엔 "쉘 쇼크(shell shock)"라는 용어가 사용되었고, 이는 포탄의 충격 때문이라고 오해되기도 했습니다. 사실은 포탄 폭발의 압력으로 인한 뇌 손상이 아니라 극심한 공포와 생존 위협이 반복되며 생긴 심리적 외상이었던 것이지요. 후에는 전쟁신경증(war neurosis)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정신적 충격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외상" 의미의 확장

방금 살펴봤듯이 20세기 초에 심리적 외상 개념 등장하게 되는데요,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몸은 멀쩡한데 감정적으로 붕괴되고, 악몽과 공포에 시달리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쟁신경증(war neurosis)’,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전투 스트레스 반응’, 즉 몸은 멀쩡한데, 감정·행동·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등 전쟁 후 군인의 증상들이 목격되며 심리적 외상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20세기 초는 단순히 심리적 외상이 “추가된” 시점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더는 물리적 외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인식의 전환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기존의 trauma 개념은 "상처는 몸에만 생긴다"는 전제였는데, 정신의 상처도 몸 못지않게 실재하고 심각하다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날 "trauma"는 신체적 외상 + 심리적·정서적 외상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뇌과학, 발달심리학, 애착이론, 신체기반 치료 등의 발전으로 마음의 상처도 실제 뇌와 몸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지요.


"외상"의 심리학/정신의학적 정의

조금 전 살펴봤듯이 "외상"이 신체적 외상에 덧붙여 심리적·정서적 외상의 개념까지 포함하게 된 것은 20세기 이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외상(trauma)이란, 어떤 사건이 개인의 감당 능력을 압도해 그 사람이 안전감, 자신감, 세계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고, 그 흔적이 신경생리적·정서적·심리적 수준에 깊이 각인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조금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외상이란 감당 불가능한 위협을 겪고도 그것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흔적이 몸, 마음, 감정, 기억 속에 지속적으로 살아 있는 심리적·신경생리적 상처라고 말할 수 있답니다.
신경생리학자 Robert Scaer는 외상을 일컬어 “외상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이 신체와 신경계에 남긴 흔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둘 때, 외상과 외상적 사건은 구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외상적 사건과 외상

심리학과 정신건강의 영역에서 "외상적 사건"(traumatic event)과 "외상"(trauma)은 명확히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혼용해 사용하는 이 두 용어는, 사실상 사건그 사건이 남긴 반응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다릅니다.
외상적 사건(Traumatic Event)이란 죽음, 심각한 신체 손상, 성적 폭력 등의 실제적인 위협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하거나, 가까운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사건을 말합니다.
반면에, 외상(Trauma)이란 외상적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이 개인의 심리적·신체적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거나 손상시킨 결과로 남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즉, 외상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영향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고 후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지속적인 불안, 과각성, 무기력, 회피, 플래시백 등의 증상을 겪으며 외상 반응을 보입니다. 바로 이 심리적 반응의 잔재가 ‘외상’입니다.
즉, 외상적 사건은 누구에게든 위협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대표적인 예로는 전쟁, 성폭력, 학대, 자연재해, 사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상적 사건(traumatic event)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외상(trauma)을 입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개인의 애착 기반, 회복탄력성, 사회적 지지, 뇌 발달 상태 등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를 통해 외상적 사건과 외상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구분외상적 사건(traumatic event)외상(trauma)
정의객관적 위험이나 위협을 가진 사건 (전쟁, 사고, 학대 등)그 사건이 주관적으로 감당되지 못하고, 신경계에 지속적 흔적을 남긴 상태
초점무슨 일이 일어났는가그 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남겼는가
예시화재, 납치, 가정폭력, 성폭력 등계속되는 경계심, 플래시백, 해리, 관계 회피, 감정 조절 어려움 등

 
요컨대 외상적 사건은 외부에서 일어난 일이고, 외상은 그 사건이 내 안에 남긴 상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상의 유형

아래 표에서 예시가 바로 외상적 사건을 의미합니다.

유형정의예시(외상을 촉발하게 된 원인, 외상적 사건)
급성 외상단발성 사건으로 인한 외상교통사고, 강도, 자연재해 등 단발성 사건
복합 외상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사건으로 인한 외상반복적이고 장기간 지속된 사건 (ex. 아동기 학대, 방임, 가정폭력)
발달 외상발달적 민감 시기의 애착 손상 및 보살핌 결핍이 누적되며 발생한 외상중요한 발달 시기에 일어난 애착 손상 (ex. 양육자의 감정적 결여, 지속적 애착 손상)
2차 외상타인의 외상을 가까이서 반복적으로 접하거나 돕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겪는 외상외상입은 사람을 가까이서 도와주는 과정 (상담자, 의료진, 소방관 등)

 
급성 외상은 사건이 강렬하지만 한 번 일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복합 외상은 사건 하나하나가 약해 보여도 지속성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발달 외상은 특히 누락되거나 결여된 경험으로 생기는 외상이 특징인데요, 즉 무엇을 당했냐 보단 무엇을 받지 못했는가에 초점이 두어지죠.
2차 외상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외상과 외상적 사건을 구분하는 이유

‘사건’ 자체가 외상이 아니다 → 누구에게나 외상으로 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외상은 주관적 경험과 반응의 결과이다 → 같은 사건을 겪고도 외상이 남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외상적 사건"과 "외상"을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표현에서도 그 인과 구조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상은 단순히 ‘힘든 경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와 신체, 감정에 영향을 주는 깊은 흔적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고, 말하고, 돌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상처받지 않는 삶’이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삶’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외상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누구나 그로부터 회복할 힘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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