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바로 “전기 충격!”을 외치며 기계를 들이대는 장면, 자주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 응급 상황에선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합니다. 심장이 멈췄다고 무조건 전기 충격(제세동)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 “심장이 완전히 멈췄을 때도 제세동이 필요한가?”에 대해 명확히 알아보도로 하겠습니다.
제세동이란?
제세동(Defibrillation)은 심장이 불규칙하고 무질서하게 떨기만 하는 상태, 즉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 VF)이나 심실빈맥(Ventricular Tachycardia, VT)일 때, 전기 충격을 주어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는 응급 처치입니다.
그런데, 심장이 완전히 멈췄다면?
이 상태는 의학적으로 무수축(Asystole)이라고 합니다.
심장의 전기 신호 자체가 아예 없는 상태, 말 그대로 Flatline(평평한 선)이죠.
이때는 제세동이 소용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세동은 혼란스러운 전기 신호를 초기화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무수축은 애초에 전기 신호가 ‘없는’ 상태라서 충격을 줄 기반이 없습니다.
심장의 상태가 무수축일 때 필요한 응급처치는?
바로 심폐소생술(CPR)입니다.
-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통해 뇌와 장기에 산소를 공급하고,
- 동시에 에피네프린(Adrenaline) 같은 약물을 투여하며,
- 심장이 자연적인 전기 활동을 회복할 가능성을 높입니다.
제세동이 필요한 심장 리듬은?
심장 상태 | 제세동 필요 여부 | 설명 |
심실세동 (VF) | 필요 | 심장이 떨기만 하는 상태 → 전기 충격 필요 |
심실빈맥 (VT) | 필요 (무맥성일 때) | 맥박 없이 빠르게 뛰는 상태 → 제세동 대상 |
무수축 (Asystole) | 불필요 | 전기 신호 자체가 없음 → CPR과 약물만 가능 |
정상 리듬 | 금지 | 정상 박동에 전기 충격은 오히려 해로움 |
CPR과 AED를 함께 사용하는 이유는?
제세동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떨고 있을 때만 사용해야 하며, 완전히 멈춘 상태(무수축)에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CPR과 약물을 통해 심장의 전기 활동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하죠. 그러나 실제 심정지 현장에서 우리는 언제나 CPR과 제세동기를 동시에 준비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처음엔 무수축처럼 보였던 심장 상태가 갑자기 심실세동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는 응급 상황 초기에는 정확한 리듬 판독이 어렵고, 실제로는 제세동이 필요한 리듬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동심장제세동기(AED)는 이러한 리듬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에만 전기 충격을 하도록 알려줍니다. 따라서 CPR을 지속하면서 제세동기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응법입니다.
또한 CPR은 제세동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유지시켜줍니다. 심장이 멈춰 혈류가 끊기면 심장 자체도 산소와 영양 공급이 안 되어 전기 충격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CPR로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순환시켜주면, 심장은 제세동에 더 잘 반응하게 됩니다. 즉, CPR은 제세동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받침대’ 역할을 합니다.
떨고 있을 때는 제세동! 멈췄을 땐 CPR이 먼저! 하지만 두 개는 늘 함께 준비해야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 AED) 사용방법
대한심폐소생협회
나 하나로 또 하나의 생명을
www.kacpr.org
멈춘 심장을 뛰게 하는 자동심장충격기(AED)